- 요즘 계속 아기일과 기록을 못했다. 한번 놓치면 계속 안하게 된다. 사실 참으로 귀찮기도 하고 딱히 큰 변화도 없는 자질구레한 일과를 기록하는 이유는, 기록하지 않으면 혼란스럽고 힘들기 때문이다. 잠을 언제 자고 언제 깼는지, 언제 젖을 먹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언제 대변을 봤는지 체크하고 있지 않으면 인유가 힘들어 하면서 울 때, 어딘가 아플 때, 뭐가 문제인지, 먹여야 하는지 재워야 하는지 무엇을 해 줘야 하는지 얼른 판단하기 힘들어서 허둥대게 된다. 기록하지 않고 기억하기에는 내 휘발성 메모리로 늘 어렵다.
또 규칙적인 일과를 유지하는 것은 내가 인유를 힘들게 하지 않고 편안히 돌보고 있는지, 아기의 리듬과 요구사항을 잘 읽고 제대로 대처해주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리고 일과의 변화에서 아기의 성장을 읽을 수 있고, 규칙적인 일과는 인유의 성장에 내가 좀더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한다.
이걸 6개월이 지나서야 깨달았는데, 인유 낳기 전에 이런 내용을 책에서 읽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무슨 뜻인지 감이 없었던 걸 보면, 육아는 어쨌든 닥쳐서 허둥지둥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도 '아, 그래서 이런 물건이 필요한 거구나', '아, 이래서 그러라는 거구나' 매일 그러고 있다. - 이유식은 잘 먹기도 하고 안 먹기도 한다.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시도해 본 식재료들은 쌀, 애호박, 브로콜리, 양배추, 감자, 고구마, 사과. 지금껏 알러지는 없었다. 새로운 음식이 입에 들어갈 때마다 인유는 '윽, 이게 뭐야' 하는 표정으로 인상을 쓴다. 조금씩 그 맛에 익숙해지면 곧잘 받아먹지만 맘에 안들면 혀로 밀어내며 뱉어버린다. 아직 '우왕, 맛있어' 하는 느낌의 열광적 반응은 한 번도 없었다. 사과 퓨레는 달아서 좋아할 줄 알았는데 먹일 때마다 인상이 장난이 아니다. 너무 신가?
매일 만들어 먹이기는 너무 귀찮은 일이라 요즘은 두세 가지를 좀 많이 만들어서 일부는 얼리고, 일부는 냉장해 두고 사나흘 먹인다. 그래도 되는가 모르겠네.
음, 지금의 고민(?)은 이유식을 하루 일과의 언제 끼워넣어야 하는지이다. 아직 3시간 간격의 수유를 계속하고 있고 이유식은 내가 기분 날 때(ㅎㅎ) 먹이고 있다. 이유식 먹이는 양을 조금씩 늘리고는 있지만 수유 간격이 늘지는 않는 걸 보면 그걸로 배가 차지는 않는듯한데... 언제 이유식으로 엄마젖을 대체 가능할까나? 공부가 필요한 내용.
이제 고기를 먹여야 할텐데 (전에 장염으로 세브란스에서 검사받았을 때 철결핍성빈혈이 좀 있다고 했다) 재료 고르기가 조심스럽다. 닭가슴살부터 할까? - 이유식 시작 이후 변비가 되는 듯 하여 걱정했었는데 엊그제인가? 이틀 연속 하루 두 번씩 응가를, 그것도 한번은 밤잠자다 깨서 하는 바람에 깜짝. 하지만 어제부턴 또 잠잠하다. 정말 매일매일 다르다.
- 정말 매일매일 달라지는 거. 자는 모습.
벌러덩 누워 큰대자로 잤었는데, 사나흘 전에 젖을 빨다가 갑자기 휙 180도 돌아누워 옆으로 누워 잠이 들더니, 이제 절대 하늘보고는 자질 않는다. 엊그제는 밤잠 재워놓고 거실에 있다가 자려고 들어갔더니 완전히 엎드려 자고 있었다. 요가 푹신한 편이라 살짝 겁이 나서 뒤집어 뉘어 놨더니 잠시 후 또 엎어져 자고 있는... 그때부터는 자꾸 데굴데굴 구르면서 잔다. 자다 애앵, 하는 소리에 깨서 보면 엎어져 있거나, 굴러가서 침대에 부딛혀 있거나. 베개는 이미 안쓴지 오래지만 자꾸 이리저리 뒹굴다보니 이불도 자는데 방해가 된다. 아 그래서 범퍼침대니 이불조끼니 하는 물건들이 있는 거구나. (육아용품의 세계는 정말 오묘하다.)
오늘 인유를 눕혀 놓고 노는 걸 봤는데 이제 몸을 양방향으로 뒤집고 (이때까지 왼쪽으로만 뒤집었었다) 엎드린 상태에서 꽤 오래 버티는 건 물론 팔을 움직여서 상체를 들어올리며, 배밀이를 해서 앞으로 전진은 아직 못하지만 제자리에서 몸의 방향을 회전시킬 수 있다. 나랑 같이 창쪽을 보고 엎드려 있었는데 어느새 몸을 돌려서 내 다리를 붙들고 무릎을 빨려고... 아직 직선운동은 못하지만 구르기+회전을 통해 원하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변화는 순식간. - 아이들의 발달은 2보 전진, 1부 후퇴.. 이런 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한동안 음마마마, 엄마 내지는 꽤 복잡한 발음의 옹알이도 하는 듯 하더니 최근엔 소리지르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 또 으마마마..를 시작했다. 하긴,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표정으로 몸짓으로, 인유는 매일매일 점점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제 정말 뭔가 소통 비슷한 걸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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